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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디자이너를 위한 워드프레스
2019. 05. 12

미디어를 다루는 디자이너, 혹은 블로그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워드프레스의 잠재력에 대해 익히 소문은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 잠재력이라는 것이 어디까지 확장될지, 확장된다면 시장의 주류로 성장 가능한 정도의 수준인지, 그런데 기능이 도대체 어느 정도길래 요즘 떠들썩한건지, 직접 다뤄보지 않고는 겉도는 소문 속에 워드프레스의 본질을 꿰뚫기는 쉽지 않은 노릇이다.
또 직접 다뤄보려 해도 공대스러운 외모의 속살을 만지기가 영 탐탁치도 않다. 블로터나 구글플러스 등 IT업계 사랑방에서 좀 회자되는, 디자이너인 나와는 별 상관없는, 그냥 블로그툴 정도로 치부하고 잊고 지내도 뭐 큰 상관은 없겠다.
팩트를 먼저 말하자면, 워드프레스는 이미 블로그 시장의 과반을 점령했고, 전세계 5천4백만의 유저가 사용 중이다. (2012년 7월 27일 기준)
뉴욕타임즈, NBC, CNN, 서울시, LG전자 등 대형기관에서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컨텐츠 관리 시스템으로 성장한 워드프레스의 설립자 Matt Mullenweg는 블룸버그에서 선정한 <웹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인물> 중 한명으로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차세대 주자로써 검증은 이미 끝나 있었다.
그러나 세계 1위가 한국에서도 1위를 차지하란 법은 없다. 소프트웨어 <MS워드> VS <한글>, 토종포털 VS 야후/구글등의 사례를 보듯이 한국의 시장은 유독 글로벌 인기 순위와 별개로 자체 생태계를 만들고 관리하는 우월하고 독특한 문화 현상을 보여 왔다.
이는 자체 개발 역량이 이미 글로벌 수준이기 때문이었고, 소프트웨어가 우리의 언어를 다루는 분야와 관련되어 있었다는 점이 중요한 이유였다.
그러나 이후 페이스북, 트위터,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모바일, SNS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되는데, 더 이상 초창기의 혁신과 창의력을 시험할 시장도, 이유도 사라진 한국 IT산업계의 현실이 자초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지점에서 눈여겨 볼 점은 시장의 헤게모니를 쥔 이가 더 이상 연대와 로컬 경제 블록으로 내수 시장을 가두리 양식하는 것이 불가능하게 된 점이다.

진정한 ‘개방’의 시대

2009년부터 불기 시장한 스마트폰의 열풍과 워드프레스의 성장은 개방과 혁신이라는 큰 궤를 같이하는 공통점이 있다.
모바일 앱스토어에 누적된 어플리케이션과 워드프레스의 플러그인과 테마는 바로 이를 상징한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한 곳에 한마음 한뜻으로 지성이 모여 새로운 사회 현상을 창조해낸 관점에서 마틴루터의 종교개혁이나 프랑스의 시민혁명에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물론 오픈 소스화 한다고 자동으로 생태계가 조성되진 않는다.
일단, 재능 있는 개발자들이 참여할 만큼 혁신적이고 흥미로운 플랫폼이어야 하고 이들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Matt Mullenweg는 이렇게 말한다.
“워드프레스를 개선하는 데에는 수만명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중 핵심이 되는 프로그램을 짜는 사람은 수백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99%는 이들이 만든 프로그램을 테스트하고 문제점을 보고하는 사람들이다. 생태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서는 핵심 인력(core team)이 다른 사람들이 보내오는 의견을 잘 검토하고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원본 프로그램을 무료로 공개한 다음에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나겠지’하고 막연히 기다려서는 절대로 생태계가 생기지 않는다.”
워드프레스는 그간 블로그툴이란 협소한 정의로 의미가 축소된 경향이 없지 않다. 아니 과거에는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수년간 꾸준히 진화한 결과 이제 단순한 툴을 넘어 플랫폼, 프레임워크, CMS(Content Management System)의 반열에 서 있다.

워드프레스와 디자이너

그럼 이제 디자이너, 더 넓게는 웹제작자 관점에서 워드프레스를 바라볼 차례이다.
보통 웹사이트를 개발하기 위해 기획-디자인-개발의 단계를 거치게 되는데, 이미지를 슬라이스하여 PSD 가이드와 함께 퍼블리셔, 혹은 개발자에게 전달하는 기존의 프로세스에 익숙한 디자이너들에게는 워드프레스가 다소 난해한 기술로 인식될 수도 있다.
워드프레스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스크립트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
HTML 코딩이 가능하고 CSS를 다룰 수 있는 수준이라면 거뜬하게 워드프레스 기반의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다.
여기서 조금 더 욕심을 내 요즘 플래시 대안으로 각광받는 jquery 등의 자바스크립트를 이해할 수 있다면 스스로 기대하는 것보다 엄청난 수준의 웹사이트를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디자이너, 특히 웹디자이너는 사회의 다양한 포지션에 위치하고 있지만 공통된 과제를 지니고 산다. 프로토타입과 기술 테스트를 통해 늘 작품을 검증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사는 존재인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개발자의 손에 의해 스크립트와 프로그램을 덧입혀 출시되는 것이기에 그전까지는 진정한 생명력을 지닌다고 볼 수가 없다. 파트너의 역량에 따라 평가 이하의 점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내 손으로 프로그램을 완성하고 온전히 나의 의도를 담아낼 수 있다면?
워드프레스는 그런 맞춤수트 같은 존재이며, 사전에 당신에게 증여된 여러 개의 모듈이다.
그 모듈을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대단한 빌딩을 지을 수도, 아기자기한 나만의 집을 지을 수도 있게 된다.

적절한 CMS를 선택한다는 것

만일 기업을 위해 웹사이트를 제작한다면 이런 CMS를 어떤 경우에 도입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 보도록 하자.
당신이 프로젝트에 적합한 CMS(Content Management System)를 결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시스템을 선택한다는 것은 과거 OS나 검색 엔진, 인트라넷, 고객관리 시스템, 재고 관리 시스템 등 SI업체에서 제공하는 뭔가 복잡하고 거대한 소프트웨어에 국한되는 것이라는 편견이 있었다.
단순한 회사 홈페이지를 개발하는데 그런 개념을 도입한다는 것이 적절한가라는 과잉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CMS는 그리 거창한 개념이 아니다. 한가지 사례를 들어보겠다.
한 중소기업의 홈페이지 제작을 완료하고 납품한 뒤 클라이언트가 프로필을 수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고 가정하자.
만약 당신이 제작한 홈페이지가 CMS가 구축되지 않았고, 고객사는 웹사이트 관리자를 고용할 여력이 없으며, HTML에 지식도 없는 고객이라면 서로에게 불편을 초래하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당신은 유지보수비용을 청구할 수 밖에 없고, 예산이 넉넉치 않은 고객사는 지출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게 될 것이다. 결국 그 홈페이지는 관리가 되지 못한채 인터넷의 바다에서 쓸쓸히 좌초하게 되고, 당신의 포트폴리오는 그렇게 조용히 사라져 버리게 된다.
예산이 넉넉한 회사의 경우도 짚어보자.
방대한 DB를 갖춘 e-Commerce, 혹은 언론사의 웹사이트를 제작하는 상황이다.
어느날 고객은 카테고리를 변경하고 싶다고 하고, 쇼핑몰 같은 난데없는 기능을 추가해 달라는 요청을 한다. 실로 당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비용은 적절한 타협을 보면 될 문제지만 무엇보다 절대적인 시간이 가장 큰 문제가 될 것이다.
기구축된 개발환경을 분석하는 데에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고, 수많은 인력을 투입해도 납기를 맞추기까지는 고된 노동과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희생해야만 한다.
비약적인 예시이긴 하나 실제로 경험한 사례이기도 하고, 우리 주변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업계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우리가 흔히 관리자 시스템이라고 부르는 CMS의 구축은 그래서 필요하고, 더 나아가 이 CMS가매우 높은 지능과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어떤 기능이라도 쉽게 ‘불러오기’ 하여 적용할 수 있으며,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면 사용하지 않을 수 없는 필연적인 이유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CMS가 상상을 뛰어넘을 정도로 강력하고 더구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되는 소프트웨어라면 어떻겠는가. 우린 바로 이 지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픈소스 CMS 플랫폼으로는 워드프레스 이외에도 드루팔(Drupal), 줌라(Joomla) 등의 다양한 솔루션이 존재한다. 그러나 나는 CMS를 선택할 때 가장 먼저 워드프레스를 떠올린다. 최상의 것이 늘 정신건강에 이롭기 때문이다.
그리고 간단한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친화적인 편집툴, 다양한 웹 라이브러리(플러그인, 위젯 등)의 지원을 통해 고객의 요구를 대부분 수렴할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이다. 예측 가능한 기능은 이미 수만개의 웹 라이브러리 안에서 지금도 진화중이다.
따라서 전자의 사례라면 회사 프로필 정도는 간단히 직접 수정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스스로 편집이 가능하게 할 수도 있으며, 후자의 경우에도 앞서 언급한 웹라이브러리 기능의 추가로 해결 가능하다. 직접 구축해야 하는 경우와 비교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소모적인 공정에 대한 기회비용의 보상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고객의 요구는 늘 다양하기 때문에 매번 같은 시스템을 선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매번 같은 모양의 집을 지을 수도 없다.
하지만 반대로 고객의 요구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고 적합한 능력을 갖춘 워드프레스로 가능한 것을 외면하는 것은 직무유기에 다름 아닐 수도 있다.
디자이너, 에이전시가 워드프레스 플랫폼으로 기업의 홈페이지를 구축한다는 것은 여러가지로 의미가 있다.
첫번째, 역량이 뛰어난 개발자를 수십명 보유하고 있는 대형 에이전시가 아니면 구축이 불가능했던 빅 프로젝트를 디자인부띠끄 등 창조적인 소규모 스튜디오에서 직접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워드프레스는 디자이너의 창의적인 상상력이 더해질 때 그 가치가 최고조에 이른다.
정보와 상식과 지식을 갖춘 디자이너가 워드프레스를 통해 수만명의 개발자의 지원을 받음으로써 혁신적인 프로젝트를 구현하게 될 것이다.
두번째, 원하는대로 아이디어를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기술의 한계에 부딪혀 구현하는데 애로를 겪었던 사항들을 스스로 해결해 나갈 수 있게 도와줄 것이다. 워드프레스는 온라인 커뮤니티와 함께 진화중이다. SNS 서비스와의 연동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해 새로운 영감도 받을 수 있다.
세번째, 고객사의 예산 절감을 통해 새로운 기회비용의 창출을 기대 할 수 있는 부분이다.
구축비용이 절감되면 에이전시는 파이가 작아졌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그러나 저비용으로 스마트한 서비스를 제공받은 기업은 두고두고 당신에게 감사할 것이다.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절감된 비용과 자신감으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한다면 클라이언트는 또 다시 당신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워드프레스를 넘어

오픈 소스의 파괴력은 실로 대단하다.
워드프레스는 웹제작자의 관점에서도 분명 매력적인 솔루션이 아닐 수 없다.
상상하는 대부분의 기능을 구현해 낼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작업의 능률을 높여준다는 점 등
가격과 성능을 견주어 이만한 제품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기업에서 쓰기엔 좀 프로페셔널해 보이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있다.
아직도 그런 편견을 지니고 있다면 부득이 이런 답변을 드릴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워드프레스는 당신이 고용한 개발자의 천배, 만배의 효율을 탑재하고 있다.”
아무튼 이런 저런 오해들이 이 글을 통해 조금이나마 걷혀지길 기대해 본다.
시장에서의 주력 제품에 대해, 권력을 가진 누군가가 주도하여 가치를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집단 지성의 시대를 살고 있는 오늘날 한국이 더 이상 세계적 흐름을 외면하는 일이 없도록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대응하는 일에 힘써야 할 때다.


정권구. 301LAB Creative Director

디자인 스튜디오 시각발전소301랩 대표이자 디자인매거진 <크리에이티브 마이너리티> 발행인이다. 

개발형 솔루션의 분석가이자 그래픽디자이너이기도 한 그는 건강한 디자인과 개발 생태계가 디자인 산업 발전의 기반이라고 믿고 있다.

건축과 공예, 시각예술 장르의 협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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